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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도하는 마음
2006년 08월 29일 01시 32분 입력
우리말에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말이 있다. 피는 인간의 삼대 액체 중에서 가장 강하고 뜨겁고 힘차다. 이마에서 흐르는 구슬땀, 눈에 고인 맑은 눈물, 다 아름답고 소중하지만 우리는 혈관을 흐르는 붉고 뜨거운 피는 땀이나 눈물보다도 생명력이 강하고, 응집력이 짙다.
땀이나 눈물에는 빛깔이 없지마는 피는 짙은 적색이다.
피는 정열을 상징하고 생명을 상징한다. 그러므로 피로 얽힌 인간관계는 사랑이나 이해관계나 사상으로 얽힌 관계보다 가장 강하다.
일생의 사랑을 맹세한 남녀관계의 사람도 미움과 이별로 끝나는 수가 허다하다. 동거동락을 약속했던 동지도 서로 배반하여 철천지 원수가 되는 경우도 많다. 이해관계가 일치할 때는 그렇게 다정했던 친구도 서로 손해를 볼 때에는 남남으로 변하고 만다. 그러나 절대로 변할 수 없는 것은 부모와 자식의 관계이다. 그것은 끊을래야 끊을 수 없는 천륜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피로 얽혔기 때문이다. 아버지와 어머니의 피와 뼈와 살이 합하여 나라고 하는 존귀한 존재가 된 것이다. 나는 부모의 뼈의 한 부분이요 피의 한 부분이다. 그러므로 자식은 부모의 분신이라는 말한다.
부모가 아무리 못났어도 나의 부모요, 자식이 아무리 못나도 나의 자식이다. 부모는 자식을 낳아 기르고 교육하기 위하여 온갖 정열을 쏟고 희생을 아끼지 않는다.
어머니는 맛있는 음식을 보면 먼저 자식을 생각하게 된다. 혼자 먹으려면 목에 걸려 넘어가지 않는다. 자식들이 밤에 일찍 들어오지 않으면 부모의 마음은 걱정이 태산같다.
행여나 교통사고라도 당하지 않았는지? 깡패에게 붙들리지 않았는지 잠시도 마음이 놓이지 않는다.
아들의 성공이 곧 나의 성공이요, 딸의 행복이 곧 부모의 행복이다. 자식의 슬픔이 곧 부모의 슬픔이요. 자녀의 기쁨이 곧 부모의 기쁨이다. 그것은 정신적으로 일체감이 되기 때문이다. 몸은 서로 떨어져 있어도 마음은 언제나 하나다. 이 세상에 이처럼 절실한 인간관계가 또 있을까?
부모가 살인범이 되고, 자식이 흉악범이 되어도 부모와 자식의 관계는 결코 끊어지지 않는 것이다. 병신자식이 더욱 측은하고 사랑이 더 가는 것도 부모의 심정이다. 인간에는 정이 있고 휴머니티가 있다. 유교에서는 仁을 곧 人이라고 한다.
仁은 마음이 곧 인간의 근본으로 그 仁의 마음이 자연스럽게 표현된 것이 孝와 悌이다. 孝는 자식이 부모에 대해서 갖는 휴머니티의 감정이요 悌는 핏줄기를 같이 나눈 형제자매 동기간에 갖는 휴머니티이다. 효성은 휴머니티의 자연스런 발로이다. 그래서 고갈될 수 없다.
부모는 우리를 낳아서 정성스럽게 키우고 사랑으로써 가르치신 분이시다. 그런 분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느끼고 고마운 행동의 표시를 하는 것은 인간으로써 자연스럽고 또 당연한 일이다. 그것이 바로 孝이다.
사람은 은혜를 알고, 은혜를 느끼고, 은혜에 감사하고, 은혜에 보답해야 한다.
세상에 배은망덕처럼 부끄럽고 나쁜 것이 없다. 그것은 인간으로서의 도리와 본분을 다하지 못한 까닭이다. 그런고로 부모의 한량없는 은혜에 대하여 고맙게 보답하는 마음, 그것이 효도하는 마음이다.
글=이정재<전 광주교육대학교 총장>
파인뉴스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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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년 3월 3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