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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전남국립호국원, 명품 호국원으로 조성을
2023년 10월 13일 00시 00분 입력
추석 명절을 앞두고 전남도가 도민에게 커다란 선물보따리를 안겨줬다. 전남권 최초 국립묘지인 ‘전남국립호국원’ 유치가 그것이다. 전남은 한국전쟁으로 인한 인명 피해(19만 3788명)가 가장 많은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전국 광역단체 중 유일하게 ‘호국원’이 없어 유가족들이 많은 불편을 겪어왔다.
전남도는 지난해부터 호국원 유치를 위해 온 힘을 다해 왔다. 올해 초 전 시‧군을 대상으로 수요 조사를 하고, 주민 공청회·간담회 등 주민 공감대가 형성된 후보지를 지난 3월 국가보훈부에 제안해 1년여 만에 ‘국립호국원’ 유치라는 쾌거를 이뤄냈다.
전남도는 앞으로 장흥군과 함께 국비 497억 원을 투입해 2029년까지 장흥군 금산리 일원에 2만 기 규모의 호국원을 조성할 계획이다.
필자는 호국원 유치를 위해 임실, 제주호국원 등을 방문하고 벤치마킹한 결과를 토대로 ‘명품 호국원’ 조성을 위한 몇 가지 제안한다.
먼저, 친환경 국립묘지로 조성해야 한다. 호국원이 위치할 제암산은 철쭉이 아름답기로 이름난 산이다. 매년 5월 철쭉이 만개할 때면 산 능선의 붉은 꽃송이 물결이 등산객의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매년 5만 명 이상이 제암산을 찾고 있다. 호국원이 제암산과 접해있는 만큼 주변 환경을 그대로 보존하는 치밀한 설계가 필요하다. 친환경 국립묘지 조성으로 보훈가족뿐 아니라 일반 도민도 즐겨찾는 공간이 돼야 한다.
두 번째, 지역 보훈역사와 연결한 호국역사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 2만 기 규모의 국립호국원이 들어서게 되면 매년 40만 명 이상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이 지역에 더 오래 머물 수 있는 호국역사 프로그램이 필요한 이유다. 장흥군은 동학농민혁명의 4대 전적지 중 한곳이자 안중근 의사를 모신 전국 유일의 사당인 해동사가 있다. 인근의 보성, 강진, 나주, 화순은 구한말 의병, 3‧1운동, 학생독립운동 등 보훈역사 현장이 많다. 보성에 독립운동가 서재필 선생의 기념공원이 있고, 강진에는 4‧4 만세운동을 주도한 시인이자 독립운동가인 김영랑 선생의 생가가 있다. 나주에는 학생운동기념관이 있다. 남도의병역사박물관도 준공을 서두르고 있다. 이 밖에도 보성 김구 선생 은거집, 화순 쌍산 항일의병 유적 등 곳곳에 보훈 역사가 산재하고 있다. 새롭게 조성되는 전남국립호국원과 우리고장 호국역사 현장을 연결한 보훈역사 프로그램을 마련해 미래 세대들이 나라사랑 정신을 기억하고 본받는 교육의 장으로 활용해야 한다.
세 번째, 국립묘지 간 이장이 가능하도록 법령을 개정해야 한다. 그동안 전남은 국립묘지가 없어 전북에 위치한 임실호국원에 안장된 전남권 국가유공자가 36%인 1만 1551명에 이른다고 한다. 죽어서라도 고향에 묻히고 싶어 하는 마음이 우리 모두의 인지상정이다. 우리 고장에 호국원이 조성되면 타지에 잠들어 있는 국가유공자들이 나고 자란 고향으로 돌아올 수 있어야 한다.
벌써부터 다른 호국원에 국가유공자를 모신 후손들이 호국원이 준공되면 이장이 가능한지 문의가 많다. 하지만 현재 국립묘지법은 국립묘지 간 이장이 불가능하다. 국가보훈부는 도내에 호국원이 준공되기 전에 타 시도 국립묘지에 안장된 국가유공자의 후손이 이장을 요청할 경우 이장이 가능하도록 법령 개정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국가유공자를 가까운 고향에 모시는 것이 국가를 위해 희생하신 분들에게 우리가 해 드릴 수 있는 최고의 예우다.
늦었지만 광주·전남권 28만 국가유공자의 오랜 염원인 ‘전남국립호국원’이 유치돼 다행이다. 앞으로 들어설 호국원이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없는 ‘명품 테마역사공원’이 될 수 있도록 보훈가족은 물론 도민 여러분의 많은 관심을 부탁한다.
6년 후, 추석 명절에는 고향을 찾는 보훈가족들이 성묘를 위해 다른 국립묘지로 가지 않고 가까운 고향에서 공원에 소풍 가듯 국가유공자를 찾는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
곽영호 전남도 사회복지과장
파인뉴스 기자 470choi@daum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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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년 3월 3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