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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운 與民同樂의 정치
2005년 04월 12일 16시 58분 입력
해마다 봄철이 되면 아름다운 금수강산의 산하는 산불로 몸살을 앓고 있다. 산불이 날 때마다 적어도 수십 년은 자라야 할 산림자원들이 한줌의 잿더미로 변하여 우리를 무척이나 안타깝게 하고 있다.
특히 그 가운데에서도 태백산맥 넘어 강원도 동부지역의 산불은 연례행사처럼 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 피해규모 또한 엄청나 국가적 재난이 되고 있어서, 이제는 어떠한 형태로든지 이에 대한 근본적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물론 산불이 나는 것은 자연적 재해로서 어찌할 수 없는 경우도 있지만, 우리의 경우는 대개가 사람의 실수에 의한 실화(失火)라는 점에서 정부와 국민들이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예방이 가능하다는데 더욱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현대사회에서 국가의 임무와 역할은 그 구성원의 생활 전체를 규정한다고 할 수 있을 만큼 엄청나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국민들은 국가에 대한 4대 의무를 이행하고 그 통제에 복종하는 대신 설사 그것이 자연재해라고 할지라도 피해를 입게 되는 경우 그 원인과 결과에 대해 국가에게 책임을 돌리려는 경향이 없지 않다. 이는 국가의 역할이 행정구가화 내지는 복지국가의 형태를 띠게 되면서 더욱 증대되고 있는 현상인 것이다.
이번 고성과 양양지역에서 발생한 산물의 경우 그 피해 규모가 엄청난것과 함께 우리의 중요한 문화재 가운데 하나인 낙산사가 전소된 데에서 국민 모두에게 더욱 커다란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도대체 화마로부터 취약한 구조를 지니고 있는 전통사찰을 보호하는데 이토록 무사안일한 정부가 어디에 있다는 말인가.
선진국의 경우 국가적으로 보호되어야 할 문화재의 경우, 그 관리권이 누구에게 있던간에 국가의 철저한 감독 하에 소방 및 방재시설을 유지하고 있다. 더욱이 보도에 의하면 화재로 말미암아 전 국민들이 노심초사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정에 중요한 책임을 맡고 있는 이해찬 총리는 총리실 간부들과 함께 골프를 즐기고 있었다고 하니 이러고도 어떻게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공직자라고 할 있을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대저 공직자란 국민과 더불어 동고동락해야 한다고 우리는 알고 있다. 물론 그 시간에 초기의 화재가 거의 진화되었다는 보고를 들었다고는 하지만, 대형 산불에는 항상 잔불의 위험성이 도사리고 있고, 또 초기의 화재만으로도 상당한 피해가 발생한 이상 총리는 누구보다도 화재 현장에서 상황을 점검하고 피해주민들의 고통을 위로해야 했어야 마땅할 것이다. 일찍이 공자는 공직자의 도리 가운데 하나로 어려움에 솔선수범할 것(先之勞之)을 지적하고 있다. 이는 공직자가 국민들에게서 명예와 봉록을 받는 대신 그들을 위해 봉사 할 의무를 가진다는 것을 설파한 것이다. 아직까지도 경제가 크게 회복된다는 말이 들리지 않고 있다. 그러는 데도 전직 대통령들이 숨겨 놓은 은닉재산은 끊임없이 불거져 나오고 있고, 현직 정치인들이 각종 이권에 개입하고 있다는 보도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러한 모습을 지켜보는 국민들이 더욱 정치에 대한 혐오감을 갖게 되는 것은 당연한 것이며, 이는 현대정치의 최대 적이라는 정치적 무관심으로 나아가게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결코 소홀히 다룰 일이 아니다. 보수와 개혁세력간의 대립 속에서 치루어진 16대 대선과 탄핵열풍 속의 17대 총선이 가져온 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다시 낮아진다면 이는 우리의 정치를 크게 후퇴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왜 우리는 일찍이 공자가 이상적 정치의 궁극적 현상으로 지적한 ‘가까운 자는 즐거워하고, 먼 곳에 있는 자는 귀의해 온다’(近者悅遠子來)는 가장 단순한 진리를 실천하지 못하고 있는가. 그것은 위정자들이 정치를 그들만의 것으로 여기고 국민들과 함께 하는 것으로 여기지 않는데 있다. 21세기 한국정치 발전의 목표는 어떠한 현란한 수식어보다도 고위공직자들이 ‘국민과 더불어 즐기는’(與民同樂)데 둠으로써 우리 모두가 대한민국의 국민 됨을 긍지로 여길 수 있도록 하여야 하겠다.
글 =오수열 (논설위원. 조선대교수 통일문제연구소장)
파인뉴스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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