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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균 영화칼럼
뒷심 약한 ‘이장과 군수’
2007년 04월 14일 05시 22분 입력
모든 영화의 승패는 마지막 에필로그에 달려있다. 이 지면을 통해 필자는 프롤로그와 에필로그의 중요성을 일관되게 수시로 주장해 온 바 있다.
영화가 처음 시작할 때는 그 영화의 전반적인 내용을 함축하는 상징적인 장면이 프롤로그에 꼭 있어야 한다는 것과 영화가 끝날 때에도 마치 우리 전통 농악놀이처럼 상모를 우측에서 좌측으로 돌리다가 다시 반대방향으로 되돌리듯 반드시 관객의 마음을 감독 마음대로 이리저리 끌고 다니다 마지막엔 제자리로 되돌려 놓아야만 한다.
그리고 에필로그에는 감독의 숨은 의도가 정확하게 화면에 나타내 보여져야 한다. 설령 그 끝맺음 부분이 권선징악이라는 진리와 같은 세상사 당연한 이치에 위배되더라도 또 알콩달콩 다투며 부딪치며 살아가는 민초들의 삶이 모순되게 그려지고 윤리나 도덕관에 문제가 생겨도 분명하고 확실하게 작가의 의도가 영상으로 표출되어야만 한다.
그러기 위해선 영화의 끝도 프롤로그처럼 함축성이 있는 의미를 지닌 컷이나 내용에 부합한 무게감이 있는 사건이 반드시 꾸며져야 한다.
2003년 ‘선생 김봉두’와 2004년‘여선생 vs 여제자’로 인정받은 장규성 감독의 세번째 영화 ‘이장과 군수’는 감독의 과한 욕심이 화(禍)를 자초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영화 속에 회상장면이 군더더기처럼 자주 나오는가 하면 탬포감 없는 설명조의 나열된 이야기구조를 띠고있다.
즉 다음 장면에 나타날 장면들이 색다르고 특이하게 상상 못한 경우들로 전개되지 못하고 관객들은 미리 다음 장면을 예견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 순간부터 누구나 지루함을 느끼게되고 스크린으로부터 관심이 멀어지며 빨리 엔딩마크가 떠오르기만 기다리게 된다. 이런 상황은 감독에게는 치명타이다. 그리고 결말인 에필로그 부분이 모호하게 끝난다.
군수라는 신분을 내던지는 즉 자기 자신을 희생하여 이장인 친구를 살리고자하는 순수한 휴머니즘이 주목적이었는지 또는 할 수 없이 주민투표결과에 승복을 하고 다시 자기만을 위한 인생을 시작한다는 단순한 의미였는지 알쏭달쏭하기만 하다.
또한 엔딩 부분에서 영화가 끝나게 되는 상황처럼 보이는 롱숏 장면이 나오더니 다시 이야기가 전개되어지는 군더더기 전개도 눈에 무척 거슬린다. 이처럼 작가로써 굳은 의지와 강한 카리스마가 부족하여 전반적 구성이 힘없이 느껴지기에 필자의 마음은 애가 탄다.
이야기 흐름으로 보아 군수가 추진하려는 핵폐기물을 처리할 수 있는 방폐장 유치 사업 결과가 주민투표결과 반대파들의 방해공작으로 인해 실패를 했어도 이장인 친구와의 사나이 우정을 더 크게 앞세워 부각시키는 버디무비 형식의 결말로 처리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이처럼 영화의 에필로그는 뒷심이 약해 선뜻 손을 들어 주기가 좀 껄쩍지근하고 거시기하다는 것이다.
단순히 영화 속 주인공인 군수가 군수 직책을 걸고 주민투표결과로 승부수를 띄운다는 이야기는 곧 온 몸을 던져 방폐장 유치를 막으려하는 반대파와 얽히고 설키며 피 터지도록 살벌하게 전투상황으로 전개되어야 한다는 개연성이 명확해야 한다.
그렇지만 아쉬운 점은 대치된 상호간의 상황들이 너무 밋밋하게 흘러가 힘이 빠진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그럴싸하게 시작했으나 시간이 갈수록 영화의 무게가 떨어지거나 가벼워지게 되는 즉 ‘용두사미’라는 표현이 맞을 듯 하다. 뒷심 약한 ‘이장과 군수’ 걱정이 앞선 영화이다.
박형균<영화칼럼니스트>
파인뉴스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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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년 3월 3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