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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의 날을 기리며
2007년 05월 15일 02시 26분 입력
"참된 배움은 인쇄된 글자의 해독으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스승의 인품과 지식 그리고 삶이 총체적으로 연결되는 상황에서만 이루어질 수 있다는 생각인 것이다"
5월의 빗줄기가 대지를 적시고 간 뒤, 세상은 온통 초록으로 물들었습니다.
하늘에 환희가 넘치고 땅에 푸른 정기가 솟구치는 오월!
생동하는 신록을 바라보면서, 인간의 삶 가운데 가장 아름답다고 하는 청년의 시기를 저 신록에 비교하여 봅니다. 약동하는 패기와 풋풋한 정열, 순수한 의지와 거침없는 도전으로 인하여 우리 청년 학생들은 저 대지의 푸른 불길처럼 타오르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젊음의 아름다움도, 기꺼이 자신을 희생하여 자양분이 되고자 한 어버이의 사랑과, 기꺼이 빗줄기로 내리고자 한 스승의 가르침이 없었다면, 어떠한 신체적?정신적 발육도 이룩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오늘, 스승의 날을 맞이하여 무색의 빗줄기가 대지를 푸르게 바꾸어 놓듯, 2세 교육의 굳은 뜻으로 일생의 길을 올곧게 걸어가시는 이 땅의 스승님들께 진심으로 경의를 표합니다. 자식이 자기보다 낫다는 소리를 들으면 흡족해 하는 것이 부모의 마음이듯, 남초에서 푸른 물감을 짜내었지만, 그 색채가 원래의 남초 빛깔보다 푸르다는 청출어람(靑出於藍) 청어람(靑於藍)의 정신으로, 이 땅의 스승들은 제자의 양성에 힘써 왔으며, 우리나라가 이만큼이나마 번영을 이룩한 것도 결국 이러한 교육의 힘 때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근래에 들어와서 참다운 스승과 올바른 제자가 드물다는 소리를 듣게 됩니다. 스승과 제자가 돈독한 정으로 맺어졌던 과거의 미풍이 사라지고, 주고 받는 정보의 양과 학점에 의하여 실속을 따지는 계량화되고 물질화된 관계가 우선하는, 황폐한 시대가 되어가고 있는 것입니다. “교육의 목적은 기계를 만드는데 있지 않고, 사람을 만드는데 있다”고 말한 루소의 고전적 명제를 다시 한 번 되새길 때가 온 것입니다.
더구나 인쇄 매체가 발달하고 비트 단위에 의해 정보가 전달되는, 고도의 정보 사회에서 스승과 제자 사이의 거리는 멀어지고, 만남 또한 간접화되어 가고 있습니다. 이로 인하여 스승은 제자로부터 소외되고, 제자는 스승으로부터 인격적 감화를 받을 기회를 상실해 가는 것입니다. 지금도 저는, 진정한 배움 방식을 들라고 하면,
그 첫 번째가 스승의 ‘해타(咳唾)에 접하는 것’이라고 말할 것입니다. 이 말은 스승의 ‘기침과 침’을 가까이 접한다는 뜻입니다. 다시 말하면 스승 가까이서 스승의 기침소리를 들으며 공부하는 스승과 제자 간의 직접적인 대면을 통한 배움의 방식만이 최고의 진리와 가치를 선사해 준다는 것입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옛 사람들은 스승을 찾아 먼 길을 헤매었고, 스승을 만나면 그 무릎 아래서 가르침을 청해 들었습니다. 진화론을 증명한 찰스다윈은 스승인 ‘헨슬로’를 매우 존경하고 늘 시간을 같이 하려 했기 때문에 ‘헨슬로와 산책하는 사람’이라는 별명이 붙기까지 하였습니다. 이 황은 퇴계 집에서 ‘스승의 가르침을 직접 받지 못하면, 마침내 저절로 깨닫을 리가 없다’고 설파하였습니다.
참된 배움은 인쇄된 글자의 해독으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스승의 인품과 지식 그리고 삶이 총체적으로 연결되는 상황에서만 이루어질 수 있다는 생각인 것입니다. 또한 스승의 날은 만인의 스승의 날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 됩니다. 이날은 모두 감사하는 마음으로 스승의 은혜에 젖어 희망찬 내일을 설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정재 <전 광주교육대학교 총장>
파인뉴스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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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년 3월 3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