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看板文化가 부른 우리의 自畵像
2007년 07월 25일 00시 00분 입력
1970년도 초만 하더라도 일반 학원(學院)강사들의 강의는 거의 대졸자보다는 고졸자들이 열심히 공부해서 가르쳤다. 대학을 졸업한 사람들보다 강의를 잘하여 인기를 끌었는데, 당시만 하더라도 그것은 흔한 일이었다.
요즈음에 학, 석사 학위를 속인 체 7년간 KBS 라디오 영어 강의 프로그램 ‘굿모닝 팝스’를 진행해온 것으로 드러난 이지영씨도 학력을 속인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를 놀라게 한 것은 30대의 젊은 여교수가 학력과 논문을 속여 상아탑(象牙塔)이라 불리는 대학의 권위를 농락하고, 아름다움을 창조하는 광주비엔날레를 웃음거리로 만들어 버렸으니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대담한 속임수를 써가면서 종횡무진(縱橫無盡)으로 활약할 수 있는 공간을 우리 사회가 마련해주었다면, 이것은 우리 사회의 모순(矛盾) 덩어리인 자화상(自畵像)을 알 수 있다. 자성해야 할 점은 학계와 예술계는 학력에 심각한 취약점(脆弱點)을 드러내고 있다.
미술관의 아르바이트생으로 시작한 그녀는 큐레이터(curator), 미술관 학예실장, 대학교수. 비엔날레 예술 감독 등의 화려한 경력을 쌓았으며, 예일대 박사로 미술 분야의 전문가로 부각되었다.
만일 그녀가 실력은 있는데, 박사 학위가 없더라도 임용되었을까, 국내 박사학위를 갖고 임용되었을 것인가. 물론 임용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것을 보면 아직도 우리는 미국산이라면 사족을 못쓰는 시대에 살고 있다. 국내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사람들은 한계를 절실히 느낀다. 자신보다 못한 사람들이 미국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뒤 명문대 교수로 채용된 모습을 종종 보기 때문이다.
1995년 출범한 비엔날레는 광주시민들에게 영광을 안겨준 존재로 여기까지 왔다. 예술의 도시 광주에서 열리는 미술제전이었기에 자긍심(自矜心)도 있지만, 온갖 잡음도 많았던 것은 사실이다.
이번 사태의 원인은 고질적인 병폐는 허술한 검증 시스템과 학맥과 인맥에 좌지우지되는 풍토를 적나라(赤裸裸)하게 보여 주는 사건이다. 유학파 교수들이 주류를 이루는 대학사회가 실력과 상관없이 간판만 보고 밀실 채용하는 관행이 근절되지 않으면, 해외출신의 가짜들이 판을 치고 국내 대학원의 수준이 갈수록 떨어지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어려울 것이다.
한국이 학문적으로 상당히 발전했는데도 불구하고, 유학파 지상주의에 빠져 국내박사를 홀대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다. 해외에서 학위를 받아온 교수들이 도대체 대학원생들을 어떻게 가르쳤기에 우수한 인재들이 해외로 빠져나가 학위를 받아오는지 모를 일이다.
한국이 학문의 불모지였던 80년대 이전에는 유학파의 득세가 어쩔 수 없다고 해도, IT 분야 등 학문적으로나 산업적으로 선진국 수준에 오른 분야에서도 여전히 유학파를 우대하는 것은 학문의 사대주의라는 비판이다. 이는 우리 사회의 간판 문화, 그리고 특히 미국에 대한 맹목적인 종속성이 문제를 안고 있다. 비엔날레라는 국가 최고의 예술적 행사마저 간판에 휘둘리고 있다는 것으로 우리 사회가 얼마나 허위의 껍데기에 쌓여 있는지 알 수 있다.
우리 대학도 자성해야 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박사학위 획득하기가 어려웠는데, 지금은 너무나 쉽게 들어갈 수 있다. 국내 대학의 학위로 각고의 노력으로 세계적으로 당당히 일어설 때 대접을 받을 수 있다.
일본은 자신들의 학문적 토대에 대한 자부심으로 외국학위를 오히려 인정해 주지 않는데, 우리의 경우 평생 시간강사나 하며 찬밥신세를 받고 있다. 우리는 외국으로 유학을 많이 가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 들어온 유학생들에게 따뜻하게 대접하지 않는 것도 문제점이다. 이번 기회를 통해 우리의 자화상(自畵像)을 되돌아 보아야 할 것이다.
姜元求 행정학박사. 동신대 초빙교수
파인뉴스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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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년 3월 3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