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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숙 교수의 웰빙칼럼-게
해산물의 카멜레온 게
2007년 08월 20일 00시 00분 입력
바다 향이 나는 대게는 시원한 해풍이 빗는 머리칼은 그대로 두고 철석이는 파도소리와 함께 먹는 허물없는 사람끼리 먹어야 한다.
행여 어려운 이와 함께 먹어도 십년지기 처럼 가까워질 것이다. 열 손가락으로 뜯어먹어야 하므로.
게는 지방이 적고 고단백으로 맛이 담백하고 소화도 잘되어 발육기 어린이나 회복기 환자식으로 그만이다. 혈중 콜레스테롤치를 떨어뜨리는 작용이 있고, 간장과 심장을 강화시키는 타우린이 다량 함유되어 있다.
타우린은 성인병예방과 혈압을 유지하고 시력감퇴 예방의 효과가 있다. 또 게의 알에는 핵산이 많이 들어있어 노화를 방지해준다. 그러나 강한 산성식품이므로 신선한 야채를 곁들이거나 화이트와인과 같이 먹으면 좋은 해산물이다.
게의 껍질에는 아스타산신이라는 성분이 있어 익히면 빨간색의 게요리는 음식의 맛을 돋구는 미각효과가 뛰어나다. 그러나 게는 부패하기 쉬우니 잡은 뒤 바로 요리해야한다.
게의 종류는 꽃게, 농게, 칠게 등의 바닷게와 민물게 등 종류가 많다. 대부분의 해산물은 산란기에 맛이 좋지만 게는 그렇지 않다. 산란기에 알을 품어 살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따라서 살이 오르는 때가 가장 맛이 좋은 때이다. 배에 알이 다닥다닥 붙은 게를 골라서 사는 사람은 게를 모르는 사람이다. 게의 산란기는 종류에 따라 다른데 영덕게는 5～6월이 가장 맛있는 시기로 친다.
대게는 조선 태종 때부터 대궐의 진상품이었는데 이런 일화가 전해진다. 어느 날 큰게를 왕의 수라상에 올렸다. 이상하게 생긴‘ 바닷벌레’라며 저어하던 왕은, 맛을 보더니 양손은 물론 얼굴과 수염에 게살을 묻혀가며 체통없이 대게를 먹어치웠다. 그 모습이 하도 민망해 신하들은 다시는 대게를 수라상에 올리지 못하게 하였다. 한번 대게 맛을 본 왕은 그 맛을 잊지 못하고 상에 오르기를 기다리다 못해 대게를 구해 오라고 불호령을 내렸다.
신하들은 대게를 찾아 헤매다가 마침내 영덕 죽도(竹島) 부근에서 어부가 대게를 잡는 것을 발견했다. 대나무 같이 길고 가는 다리 생김새와 대나무 섬 부근에서 잡아 신하들은 그 바닷벌레에 대게라는 이름을 붙여 주었다. 조선시대 영덕 태수의 관운이 이 대게 진상에 달려 있었다는 얘기가 전해지는 걸 보면 왕들이 대게를 특별히 좋아했음을 알 수 있다.
유럽이나 미국에서는 게 요리가 대중화되었으며 일본에서는 최고급요리로 자리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영덕대게 위주의 단순히 쪄먹는 음식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요즈음 게요리 전문점이 속속 문을 열고 게찜, 게스테이크, 게튀김, 게샐러드, 게다리 샤브샤브 등 다양한 메뉴로 미식가들의 입맛을 돋우고 있다.
“한 손엔 게 발 들고 또 한 손엔 술잔 들고, 주지(酒池) 속을 헤엄치고 있으면 일생 살아가는 데 무엇을 더 바라리요.” 이백의 < 월하독작사수시 月下獨酌四首詩.> 싯귀가 단순한 시적 과장만은 아님을 대게를 먹어보면 알게된다.
민물에 사는 참게는 상처 치료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그래서 전투중 뼈가 상하고 힘줄이 끊어진 장졸들의 최고의 회복식품이었다. 활이나 칼 혹은 창에 다칠 경우 치료와 상처의 재생에 참게가 요긴하게 사용됐다. 참게를 10년 이상 된 궁중간장에 담가 여러번 장물만 달여 부은 참게장 속의 노란색 창자가 약용으로 쓰인 것이다.
평안도 강계포수나 강화의 택견무술 고수들은 외적의 침입이 있을 때 최전방 돌격부대원으로 차출되었는데, 이들에게도 참게장이 찹쌀밥과 함께 특별배식 됐다. 끊어진 혈관, 부러지고 부스러진 뼈, 곪은 살을 회복시키는 응급식품이 참게장이었던 것이다.
김정숙 교수 <전남과학대학 호텔조리 김치발효과>
파인뉴스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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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년 3월 3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