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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숙 교수의 웰빙칼럼-고추
한국인 힘의 근원. 고추
2008년 01월 27일 00시 00분 입력
한국음식문화에서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식품 고추. 우리 속담에 “ 작은 고추가 맵다”고 하고, 한국사람의 힘을 말할 때 ‘고추의 힘’이라고도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우울하고 무기력감을 느끼면 ‘ 불타는 듯이 맵고 강렬한 매운맛’을 통해 감각에 자극을 주고 활력을 얻는다. 한국인의 입맛에는 고추맛이 각인되어 있는 것이다.
기호학자 백승국은 매운맛은 “ 고통과 우울함을 제거하고 희망과 기쁨이 가득한 미래를 약속하는 상징성이 강한 맛이다. 감정을 조화롭게 조절하고 치유하는 테라피의 기능을 한다”고 말한다.
서양사람들이 초코렛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한다면 우리는 속이 터질 것 같이 열불이 날 때, 고추장에 쓱쓱 비벼먹고 땀을 흘리며 감정을 조절하지 않는가.
고추는 열대의 남미가 원산지로 스페인 사람이 유럽으로 가지고 간 것이 전 세계로 전파되었다. 페루에서는 2천년 전부터 재배되어 왔다고 한다.
우리나라에 고추가 들어온 것은 임진왜란 때. 일본에서 온 매운나물이란 뜻의 倭겨자, 고통스러운 맛인 고초(苦草, 苦椒)라고 불렀다. 일설에는 왜병들이 우리 민족을 독살시키려고 독한 고추를 갖고 와 전략무기로도 쓰였다 한다. 고추를 태운 연기를 적진에 날려 눈을 못뜨게 하고 매운기침으로 혼란을 일으킨 다음 공격을 가했다. 곧 화생방무기나 기습작전에 고춧가루를 얼굴에 뿌리는 전법도 있었던 것 같다.
고추가 우리나라에 들어온지 4백년에 불과한데 고추 소비량은 연간 약 20만 톤에 이른다.한국음식에는 뺄 수 없는 양념이 된 것이다.
고추는 비타민 A, C의 함량이 매우 높다. 비타민C는 사과의 20배, 귤의 2배에 달하는 양을 함유하고 있다. 매운맛 성분인 캡사이신은 살균과 정장작용이 있고, 타액과 위액의 분비를 촉진하여 소화작용을 활발하게 한다. 또한 혈액 순환을 촉진시켜 탈모예방과,신경통과 류머티즘 치료에 활용된다. 한때 김치다이어트 열풍이 불기도 했었는데 캡사이신이 자율신경을 자극해 지방의 축적을 막고, 체내 지방을 분해하기 때문이다.
< 약용식물사전>에 고추는 ‘소화불량, 장풍(腸風) 등에 쓰이며 동상, 류머티즘, 신경통, 기관지염에 효과가 있다’고 적고 있다. 고추는 약으로도 쓰였다. 속방(俗方)으로 감기를 푸는 약으로 고춧가루를 탄 음식을 먹고 땀을 흘리는 비방을 썼다. 고추감주라 하여 고춧가루를 탄 감주나 콩나물국, 소주에 고춧가루를 타서 먹는 고추술이 그것이다. 매운 것을 즐겨먹는 사람들은 위궤양 발생율이 높으므로 적절히 섭취해야 한다.
고추는 식용뿐만이 아니라 방한제로도 쓰였다. 먼 길을 떠나는 사람은 복대(腹帶)에 고추를 넣어 두르고, 겹버선 사이에 고추를 넣고 걸으면 혈행이 좋아져 동상에 거리지 않았다.
아들을 낳았을 때는 고추와 숯을 새끼에 주렁주렁 끼워 대문에 매달아 남성의 상징으로 삼았으나 고추의 붉은 색은 귀신을 쫓는다하여 제사나 절간 음식에는 쓰지 않는다.
시집가는 딸에게 친정어머니가 속치마끈에 고추씨가 들어 있는 눈물주머니( 淚囊)를 남몰래 달아주는 일에도 쓰였다. 아직 서먹한 시댁 친척이 상을 당했을 때 손등에 문질러 눈을 부비면 눈물을 쏟게하는 최루제이기도 했다.
고추를 이용하는 요리는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연한 풋고추는 조리거나 밀가루를 살짝 묻혀 밥 위에 쪄서 양념에 무쳐낸다. 다 자란 풋고추는 고추장이나 된장에 찍어 먹으면 한공기의 밥은 족히 먹는다. 풋고추를 송송 썰어 넣고 고추장 된장으로 간을 하여 지져낸 매콤한 고추장떡이나 고추전은 시들한 입맛을 확 잡는다. 고추맛이야말로 ‘ 생리적으로 내통되는’ 한국의 입맛임을 다시 한번 생각해본다.
김정숙 교수 <전남과학대학 호텔조리 김치발효과>
파인뉴스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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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년 3월 3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