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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숙 교수의 웰빙칼럼-국화
가을정기 듬뿍, 국화
2008년 02월 09일 00시 00분 입력
가을이 지났지만, 가을꽃으로는 은군자(隱君子)로 불리는 국화가 으뜸이다. ‘ 저녁에 가을국화 떨어진 꽃잎을 먹는다’( 夕餐菊之落英 )는 굴원(屈原)의 이소(離騷)처럼 시인 묵객들이 다투어 국화를 노래한 것은 찬 서리에도 굽히지 않고 아름답게 피어나 향기를 풍기는 때문이다. 국화는 관상용 화초이며 풍류음식의 재료이자 건강을 지키는 약이었다.
중국이 원산이라고 하지만 송나라 때 국보(菊譜)에 보면 신라, 고려의 국화가 중국에 건너가 식재 되었다는 기록이 있다. 우리국화 개량된 것이 충숙왕 때 원나라에서 다시 들어온 것으로 보아야 옳다.
국화에는 많은 전설이 있다. 팽조라는 사람은 국화를 심은 연못가에서 늘 국화잎에 맺힌 이슬을 받아먹고 수 백년을 살았다는데 이것이 감곡국수( 甘谷?水)의 전설이다. 팽조는 위(魏)나라의 문제(文帝)가 15살 밖에 못산다고 예언되었던 것을 국화주의 비법을 알려주어 장수케 했다. 그 후부터 국화는 불로연명장수( 不老延命長壽) 의 영험한 약으로 이용되었다.
중국에는 중양절에 국화주를 마시는 풍습이 있다. 그 유래는 후한의 여남 땅에 사는 하경이라는 사람한테 신선이 나타나 “ 9월9일 너희 집에 액운이 닥쳐 올 터이니 그것을 피하려면 높은 산에 올라가 국화주를 마시도록 하여라“라고 말했다. 하경은 선인이 시키는 대로하고 다음날 집에 돌아와 보니 집에 있던 가축들이 떼죽음을 당해 있었다. 그 뒤로 9월9일은 국화주를 마시고 온갖 액운을 물리치고 무병장수를 기원하는 날이 되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중양절(10.22 )에 선비들은 국화주를 마시고 단풍과 국화를 주제로 시를 짓고, 농부들은 농악을 울리며 즐겼다. 오늘날 소풍의 기원을 봄의 진달래화전놀이와 가을의 국화화전놀이? 단풍놀이가 발전한 것이라 보고 있다.
중양절에 술친구를 찾아가거나 술을 선물하는 풍습은 중국의 전원시인 도연명( 365～427) 때부터 시작되었다고 한다. 도연명과 두보는 국화를 사랑하고 약으로, 술로 먹었지만 소동파는 국화를 식품으로 다루고 있다. 봄에는 싹을 먹고, 여름에는 잎을, 가을에는 꽃을 , 겨울에는 뿌리를 먹어 1년 사철 이용할 수 있다고 적고 있다.
종회부( 鐘會賦)에는 국화의 다섯 가지 미를 적었으니 ‘동그란 꽃송이가 높다랗게 달려 있음은 천극(天極)의 모양이요, 섞임이 없이 순수한 황색은 땅의 빛깔이요, 일찍 심어 늦게 피는 것은 군자의 덕이며, 서리를 뚫고 꽃이 피는 것은 경직한 기상이요, 술잔에 동동 떠 있음은 신선의 음식이라’고 극찬했다.
본초강목에는 국화의 효능을 ‘오랫동안 복용하면 혈기에 좋고 몸을 가볍게 하며 쉬 늙지 않는다. 위장을 편안케 하고 오장을 도우며 사지를 고르게 한다.’고 기록했다. 국화에는 비타민 B1, 아미노산, 호박산 등의 유기산과 정유 성분이 함유되어 있다. 현대의학은 국화의 엣센스에는 중추신경의 진정작용이나 혈압강하작용, 결핵균 및 각종바이러스에 대한 억제효과가 있다는 것을 증명하였다. 국화주전설은 미신이 아니었던 것이다.
우리 선인들은 국화벼개의 멋과 풍류를 알았다. 말린 국화꽃을 벼개 속에 넣은 국화벼개는 머리가 맑아지고 단잠을 잘 수 있다하여 즐겨 이용했는데 두통치료의 효과가 있다고 한다.
"가을국화 빛이 아름다워 /이슬 젖은 꽃잎을 따서 /수심 잊는 술에 띄워 마시니 /
속세 버린 심정 더욱 깊어라 /술잔 하나로 홀로 마시다 취하니 /빈 술단지와 더불어 쓰러지노라 " - 도연명의 「음주 제 七수」 중에서
이윽고 가을은 깊어가고 서리 묻은 국화향만 고고하리라.
김정숙 교수 <전남과학대학 호텔조리 김치발효과>
파인뉴스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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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년 3월 3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