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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고은' 연기 열정 딕션 약점도 거뜬
초창기 화법·화술 도마 요즘은 감정 잘 살려내
2008년 03월 03일 00시 00분 입력
연기자가 갖춰야 할 중요한 요소 가운데 하나가 바로 딕션(Diction)이다.
배우가 음성으로 연기하는 모든 부분, 즉 발성·발음·화술 등을 말한다.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를 얼마나 섬세하고 정확하게 표현하는지에 따라 연기력이 좌우되므로 ‘딕션이 좋고, 나쁘다’는 몇번을 강조해도 부족함이 없다.
차인표·권상우 등과 마찬가지로 한고은의 혀 짧은 소리, 불분명한 발음은 줄곧 도마에 올랐다. 하지만 최근 MTV 주말극 ‘천하일색 박정금’을 보노라면 앞선 논란이 빛을 바래는 느낌이다.
극 중 한고은은 박정금(배종옥)의 부친이 식모인 청주댁(이혜숙)과 결혼할 때 데리고 온 딸 사공유라로 나온다. 기복이 심하고, 냉소적인데다 자기 중심적이기까지 하다. 그는 사공유라의 복잡다단한 감정선을 잘 살려내 공감할 만한 아픔을 지닌 인물로 시청자의 가슴에 각인시킨다.
변호사 경수(김민종)와 정금의 사이를 눈치챈 뒤 질투심에 사로잡히는 대목이나 엄마를 향해 “엄마가 난 무서워”라고 울부짖는 장면에서의 응집과 폭발력은 감탄이 일 정도다.
화려한 외모의 이 연기자는 분명 발음이 좋거나 감정 표현이 유려한 배우는 아니다. 노희경 작가의 ‘꽃보다 아름다워’, 김수현 작가의 ‘사랑과 야망’, ‘경성 스캔들’을 거치며 자신의 장점을 제대로 표현할 줄 아는 배우가 됐다. 작품(작가) 운이 좋았고, 배우로서의 감수성과 몰입력이 뛰어났다. 선배 연기자 배종옥은 “그 친구는 일단 (캐릭터를)받아들이고 나면 모든 걸 작품에 바치는 스타일”이라고 언급했을 정도다.
또래 여배우에게서 찾아보기 힘든 신경쇠약 직전의 불안함과 처연함을 간직한 그가 딕션·연기력 논란에서 벗어나 온전한 연기파로 우뚝 서길 기대해본다. 충분히 가능한 기대가 아닐까.
‘교과서적 딕션론’ 보다 우위에 있는게 무엇인지, 한고은을 보며 새삼 깨닫게 된다.
최정란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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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년 3월 3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