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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예 먹고사는 공직자를 보자
2008년 04월 12일 00시 00분 입력
공직자는 법을 존중하고 법을 지키는 것을 벌벌 떨면서 추상같이 해야한다. 그리고 법을 지키되 굽히지도 빼앗지도 말고 여기에 사사로운 욕심이 생길때는 물러가 하늘의 이치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권세나 세도는 오래가지 못하지만 청렴하게 공직을 마치고 나면 훗날 가문의 영광이요, 명예는 부러움을 샀다. 사실 조선시대는 그리하였다.
이렇다보니 명예의 꽃인 사간원(司諫院)은 사헌부(司憲府)와 함께 양사 또는 대관이라 불리우면서 인기부서요, 선망의 대상이었다. 하여 보통 사헌부 관원은 대관, 사간원은 간관으로 불렸다. 둘 다 백관에 대한 탄핵권이 있는 막강한 부서였는데 기능은 조금 달랐다.
사헌부는 언론 기능 외에 수사권까지 있었으나 사간원은 언론이 주된 기능이었다. 그래서인지 사헌부는 위계의 질서가 엄격했지만 사간원은 성현(成俔)이 ‘용재총화’에서 ‘존비(尊卑)의 예절이 없었다’라고 전할만큼 음주를 일삼기도 했다. 여말선초(麗末鮮初)의 문신 조운흘이 "한 잔 한 잔 또 한 잔/대산간이 술에 취해 봄바람 앞에 쓰러지네"라고 대사간의 음주를 노래할 정도였다.
대관은 흑의 입은 하인이 인도하고, 간관은 홍의 입은 하인이 인도하는데, 금주령 때 (홍의)빨간 옷 입은 하인이 술 취한 채 (흑의)검은옷 입은 하인에게, "나는 날마다 취해서 얼굴이 붉기 때문에 옷도 붉지만, 너는 너의 대관처럼 썰렁하게 술을 마시지 않아서 얼굴이 늘 검은 빛이기 때문에 옷도 검은 것이다"라고 조롱했을 정도로 사간원은 금주령도 아랑곳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간원이 존경받은 이유는 고유직은 물론 임금에게도 쓴소리를 사양하지 않았던 강직함 때문이었다.
그래서 연산군 재위 12년(1506) 폐지시켰는데, 중종반정 당일 다시 창설되었던 자랑스러운 기록도 갖고 있다. 또 하나는 백관 탄핵권이 있음에도 청한했기 때문이다.
사간원은 표피(豹皮) 한 장을 여러 아문에 돌아가면서 세를 주어 공금으로 사용했기 때문에 ‘사간원 표피’라는 말이 생겼다고 ‘지유봉설’은 전하는데, 녹피(鹿皮)를 빌려주기도 했다.
심지어 사간원 뜰의 배나 대추를 각 관서에 팔아서 비용을 마련했다고 전한다. 막강권력의 사간원은 돈이 아니라 명예를 먹고 살았기 때문에 모두의 존경을 받았던 것이다.
그런데 물질이 풍부해 거지도 양식과 중식을 먹는다는 이 시대에 사간원같은 부서 하나 없고 공직자 사회가 악취로 뒤범벅이다.
일부 공공기관이 수백억 원대의 시간 외 근무수당을 전직원에게 지급하는 등 인건비 편법 인상을 비롯해 업무추진비 부당사용, 채용비리 등이 심각한 것으로 감사원 감사에서 드러났다. 뿐만아니라 최근엔 광화문 정부 중앙청사 등에서 멀쩡한 집기를 버렸다.
심지어 9개월 된 장관 장식장도 버렸다고 한다. 서울 서부지역 정부물품재활용센터 관계자는 "공공기관에서 나오는 집기 물품이 한 달에 5000점이 넘는다"고 전한다.
그런데 또 더 놀라운 일은 노무현 정부 말기 청와대에서 근무했던 비서관과 행정관 상당수가 아직도 사표를 내지 않은채 빈둥빈둥 놀면서 월급을 타고 있다. 그것도 이 중 일부는 이번 총선에서 특정 정당의 선거운동까지 하고 있다고 한다.
3월에도 노 정권시절 청와대에서 일했던 별정직 공무원 116명 가운데 사표를 내지 않은 106명이 월급을 받아갔다.
국민 세금 약 4억 원이 이들의 월급으로 나갔다고 한다. 정말 철면피한 일이다. 명예를 먹고 사는 공직자 한 번 보고싶다.
고운석 <시인. 남발협회장>
파인뉴스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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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년 3월 3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