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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수열 교수의 정치칼럼
의(義)는 없고 이(利)만 보이는 세상
2008년 05월 19일 00시 03분 입력
30년 전쯤 대학 강단에서 해직되어 불우한 처지에서 맹자(孟子)를 읽었을 때의 일이다. 그 첫머리에 양혜왕(梁惠王)이 맹자에게 “연로하신 분이 불원천리하고 찾아 오셨으니 또한 장차 우리나라를 이롭게 하시겠지요.”라고 말하자, 맹자가 그에 대해 “왕께서는 어찌 이(利)를 거론하십니까. 인(仁)과 의(義)도 있습니다.”라고 대답한 구절을 보고 맹자(孟子) 전편에 관통할 사상적 흐름을 미리서 짐작했던 적이 있다.
예상했던 것처럼 『맹자』는 기존의 질서를 부정하지 않는 보수적 성격을 지니면서도 「폭군방벌론」으로 대표되는 그 당시로서는 상상도 하기 어려운 혁명적 내용이 적지 않게 포함되어 있었다. 그러나 처음부터 끝까지 『맹자』를 관통하고 있는 사상적 기조는 다름 아닌 인(仁)과 의(義)를 강조하는 것이었다.
요즈음 세상이 너무나 혼란스럽다. 도대체 어느 것이 의(義)고, 어느 것이 불의(不義)인지를 구분하기도 쉽지 않다. 점차 권력 투쟁적 모습으로 발전해가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한나라당 대표간의 갈등을 보면서는 대통령이 옳은 것 같기도 하고, 박근혜 전대표가 옳은 것 같기도 하여 시체말로 헷갈릴 뿐이다.
그런가하면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둘러싸고도 정부의 입장과 야당의 입장이 극명하게 대립되고 있다. 우리 같은 평범한 사람들 생각으로는 ‘정부가 오죽 알아서 잘 하겠는가’하는 생각이 대부분일 것이다. 그런데 협상책임을 맡은 우리 당국자가 영문 서류를 잘못 해석하여 불이익을 감수하게 되었다니, 이 무슨 날벼락인가. 대통령이 전 국민의 영어실력을 높여야 한다고 했던 까닭이 여기에 있었다면 그야말로 선견지명이 있었다고 해야 할 것이다.
그런가하면 목포 앞에 있는 무슨 섬과 육지를 잇는 연육교의 다리 명칭을 가지고 시끄럽기가 보통이 아니다. 그 섬의 이름이 『압해도』라고 하니 『압해대교』라고하면 될 터인데, 누군가 『김대중 대교』라고 하자는 아이디어를 냈던 모양이다. 하기야 광주에 『김대중 컨벤션센터』도 있으니 그것 하나 더 보탠다고 하여 나무랄 일도 아닐 것이다.
그러나 민주주의 국가에서 모든 정책적 행위의 근본은 여론을 살피는 일이다. 어느 신문사의 인터넷에 전라남도를 ‘김대중남도’로 전라북도를 ‘김대중북도’로 바꾸라는 비아냥이 게시되어 있는 것을 보면, 그리고 정작 압해도에 살고 있는 주민들의 의견 또한 그것에 찬성치 않고 있음을 보면 이는 분명 여론을 역류하는 일임에 틀림없다.
여론을 역류하면서 까지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하겠다고 버티고, 지역민도 반대하는데 다리 이름에 전직 대통령 이름을 붙이겠다고 하는 데는 반드시 무언가 곡절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곡절 뒤에는 대개 자기 자신과의 이해관계, 즉 이(利)가 개재되어 있음을 우리는 무수히 보아왔다.
‘국민의 정부’든 ‘참여정부’든 아니면 ‘실용정부’든 우리 국민들이 바라는 정치의 모습은 개인적인 이해관계를 떠나 인(仁)과 의(義)를 쫒는 공명정대(公明正大)함 속에서 마음 편하게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 싶다. 2천여 년 전 맹자의 가르침이 새삼 가슴에 와 닿는 까닭은 현실의 혼탁함이 도(度)를 넘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오수열 교수<조선대학교 사회과학대학 정치외교학부>
파인뉴스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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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년 3월 3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