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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길웅 학장의 시사칼럼
대북지원은 명분이 있어야
2008년 05월 29일 00시 00분 입력
북한의 식량 사정이 어렵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 때에는 햇볕정책의 라인으로 북한에 대한 식량지원문제가 당연시 되었고, 정부의 의도와 좌파인사들의 호응으로 10년 동안 대북지원에 인색함이 없었고, 북쪽지역에 가뭄이나 홍수 등 자연재해가 날 때마다, 또는 인도적인 차원에서 북한주민들이 기근(饑饉)에 목말라 있을 때마다 도움을 주었던 사실을 기억할 수 있다. 그러나 김정일 정권은 우리의 식량지원을 당연시 하는 태도를 보였을 뿐, 그에 대한 고마운 생각은 전혀 보이질 않았다. 그리고 지원된 식량을 이용해 인민군의 군력 보강에 악용하는 작태를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햇볕정책이란 미명 하에 당시 남한 당국자들은 계속적인 지원을 주장했던 것이다.
그러나 MB 정부가 들어서면서 대북정책의 방향이 바뀌게 되자, 그들의 대남정책은 엉뚱한 방향으로 흐르고 말았다. 남한에 대한 비방이 다시 살아나고 불바다가 된다는 등, 잿더미가 된다는 등, 동족에 대한 예의가 전혀 없었다. 그동안 그들은 남한은 북한을 지원할 당연한 의무가 있는 것처럼 크고 작은 회담이 있을 때마다 식량, 비료, 정유 등을 요구하기도 하였다. 그 결과 2000년 이후 해마다 수십만 톤의 식량과 비료 등을 지원하게 되었지만 그들의 감사 표시는 눈에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뿐만 아니라 중장거리 미사일 발사 실험은 물론 핵실험을 강행하는 등 우회적으로 전쟁의 공포를 조성하기에 여념이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요즘 미국에서 식량 50만 톤을 지원하겠다는 발표가 있자, 우리 정치권의 의지가 흔들리고 있는 듯하다. 좌파세력은 언제나 조건 없는 대북지원을 주장하고있다. 굶주림에 시달리는 북한 동포들의 아사(餓死)상태를 막기 위해 북한에 쌀을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 그들의 인도적 지원 논리이다. 인도적이란 말은 인간의 도덕적 행위라는 뜻인데, 이는 곧 도덕적 행위에 대한 도덕적 예의가 메아리 칠 때, 도덕적 행위가 성립되는 것이다. 즉 조건 없는 지원이란 논리는 단어적 의미에 불과하다.
MB정부가 들어서면서 대북관계에 대한 좌표를 무조건적 지원하는것 보다는 명분과 실리의 구심점이 필요하다는 의지를 발표한 바 있다. 미국의 지원정책이 발표되자, 우리의 우파 인사들까지도 미국이 우리를 왕따 시키고 북한과의 통북정책을 시도할까봐 우리도 북한에 식량을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그래서 정부는 우왕좌왕하는 모습이다. 북한의 요청이 있어야 식량을 지원하겠다고 했다가, 식량사정의 심각성이 확인되거나 재해의 발생 시 요청이 없더라도 식량지원을 검토하겠다고 태도를 바꾼 것이다. 정말 딱한 모습이 아닐 수 없다. 미국이 대북지원을 결정한 것은 북핵 문제의 진전을 보았기 때문이다. 즉, 핵기술을 다른 나라로 이전하지 않겠다는 약속의 대가인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입장에서는 북한의 핵기술 수출 문제와는 아무 상관이 되지 않는다. 진정한 의미의 대북지원의 필요성은 북한 주민의 인권이 회복되고, 위험요소가 되고 있는 핵폭탄 처리문제가 해결되고, 북한 당국이 정중한 태도로 지원요청을 해 올 때 인도적 지원을 서둘러도 늦지 않을 것으로 사료된다.
서길웅 <서강 전문학교 학장>
파인뉴스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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