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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수렬 교수의 정치칼럼
이제 평상심으로 돌아가자
2008년 06월 21일 00시 00분 입력
6월은 잔인한 달인가보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국제유가 때문에 물가는 올라가기만 하고, 지루하게 계속되어온 한미 간 쇠고기 협상에서 우리 국민의 안전이 보장되지 못하는 상황에 대한 국민적 저항이 ‘촛불’로 나타나 광화문과 서울시청을 비롯하여 전국이 촛불시위로 뒤덮었다.
이러한 가운데 ‘사회적 제 가치를 권위적으로 배분하는 것’이라는 정치의 권위와 역할은 실종되고 국민과 대통령은 마치 마주보고 달리는 두 열차처럼 대립국면에 진입하게 되었다.
도대체 무엇이 국민의 커다란 기대 속에 출범한 이명박 대통령으로 하여금 이토록 어려운 지경에 처하도록 한 것일까. 무엇보다도 이명박 대통령이 정치를 행정으로 착각한 데 그 원인이 있지 않는가 싶다.
행정은 리더의 판단에 의존하는 경향이 높지만, 정치는 그렇게 되지 않는다는 것을 이명박 대통령이 조금만 일찍 깨달았다면 상황이 이렇게 까지 악화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예컨대 인적 충원과정에서 ‘능력 있다면 되는 것이지 국민 눈치 볼게 무엇인가’라는 CEO식 생각이 이른바 ‘고소영’과 ‘강부자’인사로 나타나게 되었고, 이는 대다수 국민들에게 엄청난 상실감과 위화감을 안겨주었던 것이다. 정치는 이리 살피고, 저리 살펴야하는 것이며, 그것이 설혹 시간낭비라는 생각이 들지라도 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청취해야하는 것이다.
어떻든 6·10촛불집회를 계기로 하여 이제 우리 국민들의 의사는 대통령에게 충분히 전달되었을 것이며, 이는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을 통해서도 확인되고 있다.
이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첫째, 실종된 정치를 회복시키고 보다 차분히 선후좌우(先後左右)를 살펴보는 것이다. 도대체 수십만 명의 촛불시위가 진행되는 가운데 의사당에서 밤을 지새워야할 국회의원들은 어디에 있단 말인가. 민중이 촛불을 들더라도 의원들은 의사당에서 해결책을 강구하여야 옳치 않겠는가. 더 이상 부화뇌동의 정치로는 진정한 민의를 수용해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정치개혁을 원하는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할 것이다.
둘째, 정부의 ‘결자해지’가 필요하다. 처음부터 잘못 꿰어지기는 했지만, 지금부터라도 사즉생(死則生)의 각오로 미국과 담판해야 할 것이며, 이 길만이 ‘한미동맹’을 공고히 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것을 미국측에서 주지시켜야 한다. 미국도 쇠고기 파는 것과 한미동맹 중 어느 것이 중요한지 냉철히 판단해야 할 때이다.
셋째, 이제는 국민들도 정부에 해결을 위한 시간적 여유를 주어야 할 것이다. 국가 간의 관계라는 것이 어찌 우리 마음대로 되는 것인가. 대외 무역에 국가경제의 명운이 달려있는 우리나라로서 미국을 통째로 등지고 살기란 쉽지 않다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넷째, 정부의 정책수행에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들의 신뢰를 얻는 것이라는 것을 이번 사태를 통해 재인식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정직성’이 담보되어야 한다. 이번 쇠고기협상 과정에서 국민을 속이려한 정부의 태도가 사태를 악화시켰다는 것을 깊게 반성해야 할 것이다.
이제 우리 모두 평상심(平常心)으로 돌아가 치솟는 유가에 어떻게 대처할 것이며, 화물차 운전자들의 생존권을 어떻게 도모해 줄 것인지에 함께 고민할 때가 아닐까 싶다. 미국과의 협상이 재협상이든 추가협상이든 어떤 길이 국민의 먹거리 주권이 보장되고 국익에 유익한 것인지에 국민적 지혜와 능력을 모아야 하겠다.
오수열 교수<조선대학교 사회과학대학 정치외교학부>
파인뉴스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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