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光州시내 書店이 없어지고 있다
강원구 칼럼
2008년 07월 04일 00시 00분 입력
중국 부양(富陽)시는 많은 인물이 배출된 지역으로 삼국시대 손권(孫權), 원나라시대 화가 황공망(黃公望), 대문호인 욱달부(郁達夫) 등이 있다.
부양시는 서화(書畵)가 발달된 곳으로 대나무로 종이를 만드는 공장이 있어 견학하게 되었다. 입구에 남아수독오거서(男兒須讀五車書)라는 글이 있는데 ‘남자는 모름지기 다섯 수레의 책을 읽어야 한다’는 뜻으로 독서를 많이 해야 한다는 뜻이다.
얼마 전 모 백화점에 갔을 때 옷을 한 벌 사고 바지를 줄여야 하기 때문에 1시간 정도 기다려야 했다. 시간을 보내기 위해 서점을 찾았는데, 책이 팔리지 않아 문을 닫았다는 것이다. 광주공항에도 서점이 있었는데 없어졌다. 임대료를 낼 수 없기 때문에 서점을 치웠다는 것이다. 백화점이나 공항 같은 대형 건물에 서점이 없다는 것은 큰 일이다.
일본에 가면 서점이 많다는 것과 다양한 책이 있다는 것에 놀란다.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에 가시가 돋친다’는 경구를 상기하지 않더라도 독서는 오랜 세월 동안 중요하게 여겨져 왔다. 최근 전 세계 30개국을 대상으로 주당 독서시간을 조사해 보니 한국인이 불명예스럽게도 꼴찌였다. 한국인이 책, 신문, 잡지 등 활자매체를 읽는 데 할애한 시간이 고작 주당 3.1시간으로 1위를 차지한 인도 국민 10.7시간의 3분의 1에 불과했다.
선진국의 평균치인 주당 6.5시간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반면 우리 국민이 TV 시청에 주당 15.4시간, 컴퓨터 사용에 주당 9.6시간을 쓰고 있다니 활자매체에 대해 참으로 야박한 시간 배정이 아닐 수 없다. 전철 안이나 길거리 등에서 손가락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휴대전화로 문자 보내기에 열중하거나 뭔가를 검색하느라 바쁜 젊은이들을 지켜보면 TV나 휴대전화에 자리를 빼앗긴 느낌이 든다.
아무리 영상매체가 인기가 있다고 해도 많은 전문가가 깊이 있는 분석력(分析力)과 통찰력(洞察力), 사고력(思考力)과 상상력(想像力) 등을 키우기에는 책, 신문, 잡지 등 활자매체를 통한 독서가 훨씬 유용하다. 독서 같이 값싸게 주어지고 영속적인 쾌락은 없다.
독서는 평생 해도 재미있는 오락이다. 그러나 학습을 위한 독서가 돼 버리면 읽기 위한 읽기가 돼 버린다. 우리는 놀듯이 책을 들춰보고, 잠깐 읽다가 덮어두고, 즐기면서 읽는 것에 익숙하지 않다. 이런 이유들로 인해 우리 국민은 독서를 원하면서도 독서하지 않는 국민이 되었다. 독서를 권하는 사회가 되려면 책 읽는 사람이 대우받고 존중받는 문화, 책 읽는 것이 자연스러운 문화가 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린 시절부터 독서를 습관화하도록 유도하는 문화를 만들어 줘야 할 것이다. 광주에서 가장 오래된 삼복서점이 76년 동안 서점가의 터주대감 역할을 해왔는데 지난 달 문을 닫았다. 국내에서 가장 오랜 역사와 지역 토종서점이라는 상징성 때문에 서점의 폐업은 우리를 안타깝게 하였다.
삼복서점은 1932년 소규모 책방으로 문을 열었으며, 1945년 광복 후 궁동 중앙초등학교 인근의 일본인 서점을 인수하면서 창업자, 아들, 손자가 3대째 운영했다. 현재의 자리로 옮긴 것은 1992년 광주를 대표하는 서점으로 시민의 사랑을 받아 왔다. 1980년대 전두환 정권 시절에도 판매가 금지된 서적을 경찰의 단속을 피해 몰래 팔았으며, 지역 서점에서는 처음으로 인문사회과학 연구비를 지원하며 광주의 '문화지킴이' 역할도 했다고 한다.
도청(道廳)이 무안으로 이전된 뒤 도심공동화와 인터넷서점 활성화에 따른 영업 악화가 겹친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지역 서점을 위협하는 요소로, 온라인 서점의 활성화와 대형서점의 공세, 그리고 상권자체의 위기 등을 꼽았다.
다행히 대학이 ‘장기간 독서를 많이 한 학생이 유리하도록 창의적인 사고력과 분석력을 측정하겠다’면서 논술고사로 정시 입학생을 뽑겠다고 밝힌 것은 잘한 일이다. 그러나 시민들도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 시민들이 책을 읽지 않는 한 서점은 점점 없어질 것이다. 책을 많이 읽어야 전문가가 될 수 있으며, 전문가가 많아야 선진국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강원구 <동신대 초빙교수. 한중문화교류회장 >
파인뉴스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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