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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야권의 ‘탄핵 시계’가 빨라지고 있다. 야권은 24일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를 중심으로 한 비박(비박근혜)계가 탄핵에 동조함에 따라 탄핵소추안 가결을 위한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 의석 확보가 가능하다고 판단하고, 탄핵안 문구 조율을 위한 논의에 본격 착수했다.

야권이 확정한 탄핵안 처리 마지노선은 다음달 9일이다. 탄핵안 처리 과정이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내달 1일 본회의에서 보고한 후 24시간이 지난 2일에 처리할 계획이다. 다만 야 3당 탄핵안 합의가 지연될 경우 정기국회 마지막 본회의가 열리는 9일에 처리한다는 로드맵을 세웠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왼쪽 네번째)가 2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빠르면 12월 2일, 늦어도 12월 9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탄핵안이 표결되도록 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이제원 기자

야권은 탄핵안 가결을 위해 새누리당 비박계 의원들과의 접촉도 넓히고 있다. 의석 분포상 여당에서 29명의 찬성표만 확보하면 가결이 가능하지만, 탄핵 이후 혼란스러운 정국을 우려한 여당표 일부가 이탈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정책조정회의에서 “모든 불확실성을 줄이고 앞으로 정치일정이 예측가능하도록 만들겠다”고 말했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도 “탄핵안을 압도적으로 통과시키고, 헌법재판소 판결의 길을 열어줄 수 있도록 탄핵 그 순간까지 여야 4당이 공조하자”고 제안했다.

탄핵안은 다음주 28일쯤 윤곽이 드러낼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은 주말까지 초안을 마련해 28일 시민단체 등의 의견을 구하는 긴급토론회를 열기로 했다. 국민의당도 28일 오전까지 초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야권은 탄핵안에 뇌물죄 추가 여부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 뇌물죄가 향후 검찰과 특검에서 입증되면 탄핵 인용판결을 확실하게 끌어낼 수 있지만, 헌재의 판결 시기가 늦춰질 수 있어서다.

헌재 재판연구관 출신인 노희범 변호사는 이날 탄핵 관련 토론회에서 헌재의 심리기간과 관련해 “과거 노무현 대통령 탄핵심판의 예에 비춰 보면 빠르면 (이번 탄핵안은) 3∼4개월 내에도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민적 관심이 높은 데다 정국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헌재가 신속한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헌재의 보수성향을 감안할 경우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왔다. 안식 변호사는 “뇌물죄 기소를 못하고 직권남용, 알선수재, 강요 등만으로 기소된다면 헌재에서 기각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탄핵안은 한번 통과되면 혐의를 추가할 수 없다.

박 대통령의 탄핵안이 발의되면 지난 2004년 3월9일 노무현 당시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 발의 이후 12년 만이다. 탄핵안은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 동의를 얻어 3분의 2 이상 찬성하면 가결된다. 가결과 동시에 대통령의 직무는 정지되고 국무총리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로 전환된다. 헌재의 결정에 따라선 차기 대선이 4개월 이상 앞당겨질 수 있다.

한편 여야 의원 158명은 이날 ‘박근혜 대통령의 질서있는 퇴진과 국정공백 해소를 위한 촉구 결의안’을 제출하며 전원위원회 소집을 요구했다. 하지만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가 전원위 개최에 부정적인 입장이어서 소집 여부가 불투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