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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이 때문에 투표하러 왔어요." 21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 첫날인 29일 오전 9시 홍농커뮤니티센터(홍농읍 사전투표소). 이곳은 상대적으로 이른 아침 시간 임에도 나이 지긋해 보이는 고령자부터, 20대 젊은 층, 장애인까지 지역민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었다.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도 '한표를 꼭 행사해야겠다'는 의지가 엿보였다.

영광군 홍농읍은 민주당 텃밭인 전남에서도 특히 손꼽히는 보수성향을 지닌 곳으로 분류된다. 인근 한빛원자력발전소가 운영된 탓에 타지역 인구 비율이 높은데다, 전통적으로도 민주당에 우호적인 분위기가 아닌 탓이 크다. 지난 대선에서 홍농읍 제5 투표소에서만 윤석열 당시 후보가 40.59%의 높은 득표율을 기록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날만큼은 그때와는 분명 분위기가 달라져 있었다. 이번 대선이 윤석열의 반헌법적 불법 비상계엄에 의해 치러지는 만큼 보수세력에 대한 실망감도 분명했지만, 그보단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의 정치적 연대를 선언한 이낙연 새 미래민주당 상임고문에 대한 반발심이 생각보다 훨씬 컸다. 특히 이 상임고문을 보수세력과 연결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투표를 마치고 나온 김영현(76) 씨는 "지역서 이낙연이란 이름 석 자를 말하는 것은 암묵적 금지다"라며 "물론 정치적 색깔에 따라 진보와 보수를 구분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오늘만큼은 이낙연에 대한 실망감 때문이라도 투표를 하러 오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 나 역시 그렇다"고 밝혔다.

90세가 넘는 노구를 이끌고 투표장에 온 전연순 어르신(92)도 "아들과 함께 투표하러 왔는데 꼭 투표해야 할 이유가 있었다"라며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안 좋은 시각이 있었지만, 그보단 영광 사람이면서도 그쪽 세력으로 옮겨간 이낙연 때문에 투표를 하러 왔다. 그렇게 해선 안된다"고 분노감을 숨기지 않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유권자도 "이낙연에 대한 지역민들의 배신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며 "다른 지역은 모르겠으나 적어도 영광에선 정치적 이념보단 오로지 이낙연에 응징을 위해서라도 투표하자는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분위기속에 지역 한 복지단체에서 10여명이 넘는 장애인들도 소중한 한표를 행사했다.

이 복지단체에서 생활 재활 교사로 활동 중인 이명식 교사는 "오늘 우리 단체 회원들은 모두 투표를 하기로 결정해서 함께 왔다"며 "이번 선거는 단순히 당이나 이념으로 뽑아선 안된다는 교훈 속에 치러졌으면 한다. 나라를 지킬 수 있는 분을 선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홍농읍 사전투표소에선 (오전 10시 현장 집계 기준) 관내 456명, 관외 219명이 투표를 마쳤다.

출처 /아시아 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