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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개혁이라는 말은 이제 낯설지 않다. 떠들썩한 사건이 있을 때마다, 사회적 갈등이 커질 때마다 반복됐고, 실제로 법과 제도의 변화로 이어지기도 했다. 그리고 이제 다시, 검찰 개혁이 화두로 떠올랐다. 수사와 기소의 분리를 기본 방향으로 삼아, 아예 검찰청을 폐지하자는 법안까지 논의되고 있다.

그러나 이런 흐름을 바라보며 의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그간 추진된 검찰 개혁은 과연 얼마나 성과를 거두었는가. 개혁은 반복됐지만 정말 사법 체계가 개선되고, 기존의 문제점들이 해결되었는가.

무엇보다 근본적인 의문이 하나 남는다. 권력을 가진 사람들은 진심으로 검찰이 개혁되기를 바라는 것일까. 그들이 바라는 개혁과 국민이 바라는 개혁이 서로 다른 것은 아닐까.

검찰이 정치권을 수사할 때, 정치권은 종종 수사의 정당성보다는 검찰의 정당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검찰을 비판함으로써 수사의 본질을 흐리고, 어느 순간 행위의 옳고 그름보다 검찰의 권한 남용이나 정치적 편향이 더 큰 쟁점이 돼버리는 일들을 우리는 반복해서 목도해 왔다.

이러한 논란들을 보다 보면, 마치 모든 문제의 근원이 검찰의 과도한 권한에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 권한을 자르고 나누기만 하면 문제가 해결될 것처럼 말이다. 검찰 개혁에 대한 논의는 늘 검찰 자체가 문제라는 전제에서 검찰을 약화하는 방향으로 흘러간다.

하지만 정치권 입장에서 진짜 문제는 검찰의 권한 자체보다, 그 권한을 쉽게 통제할 수 없다는 점에 있을지도 모른다. 변호사 자격을 가진 검사들은 조직 내 인사권에 절대적으로 종속되지 않는다. 필요하다면 언제든 사직하고 민간 영역으로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구조는 검찰이 권력으로부터 독립성을 유지할 수 있는, 준사법기관으로서의 성격을 지탱해 주는 몇 안 되는 장치 중 하나다.

만약 검사들이 실제로 권력으로부터 독립적이라면, 정권 입장에서는 눈엣가시 같은 존재일 수도 있다.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볼 때, 그 어떤 정권도 검찰이 정치적으로 중립적인 위치에 서 있도록 내버려두지 않았다. 날카로운 칼을 자신의 손에 쥐고 싶어 했고, 그 칼이 손에서 벗어날까 봐 불안해했던 것이 더 가깝다. 결국 어떻게든 통제하고 이용하려 했을 뿐, 우리가 바라는 '권력에 예속되지 않는 공정한 검찰'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 정권은 없었다.

검찰 개혁도 분명 필요한 과제임을 부인할 수 없다. 검찰청 폐지나 수사권과 기소권의 완전한 분리도 하나의 방법일 수 있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그 이후다. 수사청이든 기소청이든, 그 조직이 중립성과 공정성을 갖춘 수사와 기소를 보장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제도적 장치가 함께 마련돼야 한다. 검찰청이 폐지된다고 해서 '정치검찰'이라는 비판이 '정치 중수청', '정치 기소청'이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바뀌는 것뿐이라면, 개혁의 의미는 퇴색될 수밖에 없다.

국민이 바라는 것은 단지 검찰과 경찰 등 국가기관 사이의 견제에 머무르지 않는다. 그보다 더 근본적인 바람은 정치·경제 권력과 수사기관 사이의 건강한 긴장과 견제, 그리고 이를 통한 청렴한 권력의 행사일 것이다.

'개혁'이라는 거창한 말이 정작 그 본질을 가릴 수도 있다. 그렇기에 우리는 끊임없이 주시해야 한다. 진정한 개혁은 누군가 선언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질문하며 끝까지 지켜볼 때야 비로소 가능해진다.

신기용 법무법인 윈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