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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숙의 웰빙 칼럼-박
가난의 상징이었던 박
2009년 09월 03일 00시 00분 입력
소박하고 꾸밈없는 여인 같은 박꽃은 가을이면 튼실한 박이 되어 가을의 정취를 한껏 느끼게 하지만 박은 가난의 상징이었다. 「흥부전」에서 흥부의 아내는 서리 내리는 팔월에 접어들어 먹을 것이 없자 “ 철 모르고 우는 자식 배를 달라 밥을 달라 무엇으로 달래볼까.
우리는 저 박이나 타서 지져 먹고 바가지는 팔아다가 한끼나마 구급하세” 하는 대목이 있다. 흥부네집 요리 가운데 가장 고급요리가 이 박속을 무친 포심채(匏心菜)와 국으로 끓인 흥부탕이다.
박 속은 가난한 우리 선조들의 전형적인 구황식량이었고 도를 닦는 선인이 먹던 선식(仙食)이었다. 박의 담백한 맛은 권력욕이나 금욕, 명예욕을 초월한 사람들의 비위에 맞는 음식이라는 뜻일 것이다. 옛날 처녀들은 박 속을 먹으면 속살이 박처럼 희어진다고 하여 시집가기 전에 세 통씩 세 번 먹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박은 주로 바가지를 만들려고 키웠지만 어린 박으로는 나물을 하고, 쇤 것은 갈라서 바가지를 만들고 남은 박 속을 무쳐서 먹었다. 익은 박은 껍질을 끈처럼 길게 돌려 가면서 얇게 깎아서 박고지로 말린다. 이 박고지는 고기 씹는 촉감을 주면서 맛을 담백하게 하여 고기요리에 많이 이용한다.
박 속을 먹으려면 잘 영근 것을 골라야하며, 너무 오래 두어 늦게 타면 속이 휑하게 말라 버려 먹을 것이 없어지므로 덩굴이 싱싱할 때 따야한다. 잘 익은 박을 골라서 톱으로 반으로 갈라 솥에 엎고 삶는데 물이 끓기 시작하면 불을 줄이고 두 시간쯤 뭉근하게 뜸을 들인다. 삶은 박은 건져서 속을 긁어서 물기를 짜서 된장, 고추장에 양념을 넣어 무친다.
박으로 김치를 담가 먹기도 했다. 박 속을 파내고 껍질을 벗긴 다음 나머지를 도톰하게 썰어 소금에 절인다. 절인 박에 마늘 고춧가루 실고추 파 배를 넣어 양념으로 버무리고, 심심하게 간을 맞춘 국물을 부어 익혀 먹었던 것이다.
박속국은 박 속을 숟가락으로 듬성듬성 떠내어 다홍고추를 넣어 끓인다. 말린 박고지는 불려서 나물을 하거나 간장에 조려서 김밥에 넣으면 꼬득꼬득한 씹는 맛이 좋다.
혀를 자극하는 맛난 음식이 넘쳐나는 세상에 무(無)맛에 가까운 박나물의 담백한 맛을 그리워하는 사람도 있다. 그것은 잃어버린 맛에 대한 향수와 순수함에 대한 동경이 아닐까?
박나물을 무쳐 양푼채 놓고 먹던 시절과 어머니가 그립다.
박은 성질이 찬 편이다. 그래서 예로부터 가슴 속에 쌓인 열기를 없애주고 갈증을 멎게 하는 목적으로 사용해 왔다. 한방에서는 팔다리와 얼굴이 붓는 사람이 복용하면 좋고, 이뇨효과도 인정되도 있다. 특히 옻닭을 먹고 나서 두드러기, 가려움증, 발진 등이 생겼을 때 약효가 있다.
박은 무기질과 비타민은 다른 채소와 비슷하지만 열량이 적다. 또한 식물성 섬유가 식물성 섬유가 풍부해 대장운동을 촉진 시켜 변비, 다이어트, 성인병 환자, 피부질환에 자주 걸리는 사람에게 좋다.
김정숙 교수 <전남과학대학 호텔조리 김치발효과>
파인뉴스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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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년 3월 3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