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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천순의 詩 한마당 -어디로 가고 있는가.
2009년 11월 13일 06시 28분 입력
어디로 가고 있는가.
안 천 순
해마다
샛노란 은행잎이 그 색을 다해
저 구부정한 미화요원들의 허리를 힘들게 하고
하늘이
절반쯤 구름과 빌딩에 가리워진 채
바람이 을씨년스러운 날에
잊혀진 것들이나
사소하고 하찮았던 일들까지
새록새록 되살아나는 이유를 모르겠다.
갓 볶아낸 커피 향을 이야기하고
짝퉁일지라도 명품하나쯤 몸에 걸치고 으스대며
영어 몇 마디라도 섞어서 씨부려야 하는 우리말
어디서 오는 걸까
이 끝없는 허망함과
이 뿌리 깊은 천민의식과 열등감은
괴테는
여행은 도착이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되고
여행 그 자체와 과정을 즐기라고 했는데
살아서 잠시 잠깐의 소풍 길
그 길 위에서 오가다 만나
손 내밀어 맞잡고 길동무를 해도 좋으련만
서둘러 최종목표를 정하고 지상최고의 목적으로 삼는
공리주의에 허우적거리는 군상들
어디서 왔고 왜 사는지 어떻게 살아야하는지는 관심도 없다.
그저 앞만 보고
철학자 같은 얼굴로 어디로 가는지도 모른 채
숨 가쁘게 걷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파인뉴스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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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년 3월 3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