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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백산맥', 벌교 소화다리 이야기 두 개의 소화다리가 비극을 말한다. 2010년 03월 18일 00시 00분 입력
벌교는 역사의 아픔이 있는 곳이다. 좌익과 우익의 갈등 속에서 희생된 이들의 넋을 기리는 진혼제가 2001년 벌교읍 소화다리에서 처음으로 열리기도 했다. 그 후 2002년 두 번 째 진혼제가 열렸다. 해방되던 해 일본에서 돌아와 지금껏 벌교에서 살고 있는 한 할머니(76)는 스무살 안팎의 나이에 여순 사건과 한국전쟁기의 참화를 벌교에서 지켜보았다고 말했다. "얼마나 끔찍 했는디! 소화다리 위에서 사람들을 세워놓고 총으로 쏘면 다리 밑으로 떨어졌당께 " 소설 속으로 들어가 보면 휴전을 계기로 강화된 군-경에 의한 빨치산 토벌작전이 시작되고 나서 며칠 후 염상진의 머리가 걸려 있었던 곳이 지금의 역전이다. 염상진은 숯장사의 아들로 광주사범학교를 졸업했으나 소부르조아적인 삶을 거부, 스스로 농사를 지으며 적색농민운동의 주동자로 커나갔고, 지주계층과 소작인의 갈등관계를 인식하고 사회주의적 혁명을 꿈꾸는 이념의 신봉자였다. 중도방죽의 유래는 실존인물인 일본인 중도(中島, 나카시마)에서 이름이 붙여졌다. 고리대금업으로 축재한 나카시마는 동양척식주식회사의 배경을 가지고 대규모 간척사업을 벌였다. 소설 속에서 휴전 후까지 살아남은 몇 안 되는 빨치산 중의 하나로 지주를 상대로 소작쟁의를 일으켰고, 염상진을 뒤따르며 소작인세상을 만들고자 했던 하대치의 아버지 하판석이 이 간척 사업지에서 뼈빠지게 일하며 소작지를 배당 받았었다. 소설속의 중도방죽 쌓는 내용에서 "옛적부터 산몬댕이에 성쌓은 것을 질로 심든 부역으로 쳤는디, 고것이 지아무리 심든다 혀도 워찌 뻘밭에다 방죽쌓는 일에 비하겄소. 돌뎅이 지고 깔끄막 올라댕기기도 심이 들거제만, 장딴지고 허벅지꺼정 푹푹 빠지는 뻘밭에서 돌짐지는 고초에야 비하겄소?" 소화다리는 소화 6년인 1931년에 세워진 철근 콘크리트 다리로 부용교(芙蓉橋)가 제이름이다. 그 후 1979년 소화다리와 나란하게 새로 다리가 놓여졌다. 소화다리는 온갖 풍상을 겪은 낡은 모습이다. 주민의 말이다."소화다리 아랫 갯물에고 갯바닥에고 시체가 질펀 허니 널렸는디, 아이고메 인자 징혀서 더 못 보겄구만이라…. 사람 쥑이는 거 날이 날마동 보자니께 환장 허겄구만요…." 소설에서 여순 사건으로 피신중인 김범우에게 전하는 문서방의 얘기다. 김범우는 해방직후 건국준비위원회 벌교지부위원장을 지냈고, 사회개혁운동을 이해하고 수용하는 자세를 갖추었던 읍내의 유일한 지주였던 김사용의 아들로 순천중학을 졸업하고 대학에서 사학을 공부했다. 김범우는 학병에서 돌아온 직후 2년 선배인 염상진의 극렬적 좌경을 체념하고, 정치폭력화한 자본주의와 공산주의 모두를 혐오하고 민족주의노선을 지향했으나 전쟁의 와중에서 좌익에 가담하는 인물이다. 실제로 14연대가 벌교로 들어온 2~3일 사이에 1백 여명의 우익인사들이 처참하게 죽음을 당했다. 이러한 상황은 진압군이 들어온 이후에도 소화다리에서 재연되었다. 단지 이번에는 고발자의 성향이 바뀌었을 뿐이다. 좌익의 치하에서 겨울 목숨을 건진 우익인사들이 반란군에 부역했던 사람들을 쥐 잡듯이 찾아내 '피의 고발 극' '이 재연된다. 이러한 보복의 연쇄극은 '손가락총'으로 불리 울 정도였다. 반란군이나 진압군이나 그들의 색출대상을 협조자에게 지적케 해 그 손가락 끝에 지적되기만 하면 다 총살시켰기 때문이다. 지금은 역사의 현장이었던 소화다리가 두 개로 중간을 경계로 오른쪽에 다리가 붙여 놓여졌다. 파인뉴스 기자 [email protected]  [ 기사 목록으로 ]  [ 프린트 서비스 ]  [ 메일로 보내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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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년 3월 3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