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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운석 칼럼> ‘김치 元祖 한국’ 굳히기 시급
2010년 03월 31일 00시 00분 입력
우리 한국의 김치를 20년 전부터 벨기에 브뤼셀의 슈퍼마켓에서 팔고 있었다. 날 야채 씹듯 아삭아삭하면서 그 오묘하게 아삼삼한 삭은 맛, 그것은 우리만이 독점하고 싶었던 맛인데, 이제 온 세상 사람들이 맛들이고 유럽 끝에서까지 팔리고 있는 것이다.
김치, 그것은 이미 국제적 식품이 돼 있었다. 한데 1983년 로스앤젤레스올림픽 때 모든 선수가 먹는 공식식단에 김치가 채택됨으로써 국제식품으로서 공인 받는 계기를 맞게 된 것이다. 이 세상 수백 개 나라마다 고유식품 없는 나라가 없을 텐데, 유독 우리 김치만이 서양식품 위주의 국제식단에 오르게 된 것은 김치에는 국제화될 속성이 많이 내포되어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나라에 고추가 들어온 것은 임진왜란 후로, 고추를 쓴 요즈음 김치가 문헌에 오르기 시작한 것이 18세기 초인 것으로 미뤄 170년 전후부터 김치를 먹기 시작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한데 1712년에 있었던 김창업(金昌業)의 「연행일기」에 보면 이미 조선의 동치미가 중국에 전래되어 먹히고 있다 했으며, 1803년에 지어진 필자 미상의 중국기행인 「계산기정」에도 통역관 집들에서는 우리나라 김치 만드는 법을 배워 맛좋은 김치를 담가 먹고 있다 했다.
우리 김치는 이토록 조기에 국제성을 발휘하고 있었다. 서양 사람들에게도 예외는 아니었다. 개화기에 우리나라에 와서 의사로서 또 외교관으로서 오래 살았던 미국인 알렌은 자기 집에서 김치를 담가 먹기까지 했다.
그는 「조선견문」에 적기를, 조선 김치는 무려 140가지나 되며 다 익은 김치도 날 야채처럼 신선감이 나고 마늘을 넣지 않은 김치는 담백한 맛이 있다 했다. 자신은 김치를 즐겨먹는 외국인 가운데 한 사람으로 매년 마늘을 빼고 김치를 담가 먹었는데, 그렇게 담그면 서양 사람이 싫어하는 냄새를 제거할 수 있었다 했다. 김치 맛의 국제화를 위한 체험적인 슬기를 제공해주고 있다.
이 세상 식품은 식물성이냐 동물성이냐로 선명하게 구분이 된다. 한데 김치는 야채라는 식물성과 젓갈이라는 동물성을 고추 속의 캡사이신 성분을 매체로 하여 영양가 측면에서나 미각 측면에서 가장 이상적으로 화합시키는 데 성공한 희귀한 식품이요, 그 희귀한 화합미(化合味)가 인류의 혓바닥에 공감력을 형성시키기 시작했다고 본다.
‘김치학'(學)을 정립, 140가지나 된다는 김치문화를 발굴, 재정립하고 그 맛과 영향을 과학화하여야 한다. 즉, 김치 역사와 문화, 담그는법, 성분, 원리, 보관 등을 교과서 등에 실어 교육을 해야 한다.
김치연구소 설립 주장도 이 때문이다. 이를 게을리 하고 있는 동안 일본에서 ‘기무치’가 생산되고 있다. 물론 기무치는 김치가 아니다. 기무치는 김치를 일본인의 입맛과 일본의기후특색에 맞게 변화시킨 것이다. 그러면서도 일본은 세계 시장을 넘보려 한다. 어림도 없는 일이지만, 다행히도 이런 시기에 미국 할리우드에서 김치를 주제로 한 영화가 제작돼 위안을 준다.
현재 한국에서 로케 촬영 했던 ‘김치칸’(Kimchikhan)이라는 제목의 이 영화는 건강식품으로서 김치의 효능과 역사를 다루는 다큐멘터리 영화다. 곧 미국과 국내 극장가에 선보일 예정이다.
신홍식 감독은 “패스트푸드 등 유해식품의 위험 속에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한국 전통음식인 김치의 우수성을 알리고자 제작하게 됐다”고 밝혔다. 신 감독은 특히 이 영화를 한국, 미국, 일본 등 3개국을 무대로 제작 중이다.
이소연씨가 한국인 최초로 우주에 오르는 것과 동시에 김치는 ‘우주식품’으로까지 등극, 종주권을 굳혔지만, ‘원조(元祖) 프리미엄’을 위해 마케팅 전략상 김치와 기무치의 차별성을 홍보해야 한다. 그것이 김치 세계화를 위한 길이다.
고운석 <시인. 광주남구발전협의회장>
파인뉴스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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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년 3월 3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