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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한선 칼럼>나는 왕이로소이다
2010년 11월 29일 00시 00분 입력
얼마 전 중국 강소성 무석시와 절강성 동양시 옆 횡점이란 곳을 다녀왔다. 두 곳은 영화 촬영장으로서 숱한 영화가 만들어졌고 현재 만들어지고 있으며 앞으로도 만들어질 전망이다. 한마디로 기행 소감을 간추리면 “나는 왕이로소이다. 어머니의 외아들 나는 이렇게 왕이로소이다.
그러나 눈물의 왕-이 세상 어느 곳에든지 설움이 있는 땅은 모두 왕의 나라로소이다”라고 노래한 홍사용 시인의 말 그대로 이다. 일단 촬영장의 규모에서 놀라고 다음 그 기획과 활용 능력, 그리고 그들의 관광문화 발전에 대한 집념과 의지에서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우리의 숱한 촬영장 운영과 활용 실태를 생각하노라니 저절로 눈물의 왕이 되고 말았다.
우리는 왜 저들과 같이 영화 촬영장에 대한 활용 능력이 없을까? 미불에도 파르라니 끓고 마는 냄비 같은 단견적이고 우물 안 개구리식의 기획력에 그저 탄식이 앞을 섰다.
한참 후 다시 냉정하게 생각을 되짚어 보았다. 우리는 못하는 걸까? 아니면 하지 않는 것일까? 분명 우리라고 못할 바가 아니질 않는가. 내가 바라는 왕은 홍사용 시인과 같은 눈물의 왕이어선 곤란하다. 가난이 대물림되고 비리, 불법, 편법, 협잡, 사기, 투기, 음모의 왕국을 다스리는 그런 불쌍한 왕이 아니라, 희망이 넘치고 정의와 사랑이 제자리를 빛나게 하는 그런 왕국, 그 왕국의 왕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 남도에 더 이상의 가난과 설움은 없어야 한다. 우리 후손들에게 대를 이어 작고 초라한 파이를 두고 다투게 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기행 내내 뇌리를 떠나지 않았다. 동행했던 다른 분들도 나의 생각과 동감인 듯 눈빛이 영롱하여 참 뿌듯했다.
봄에 씨앗을 뿌리지 않고 풍요로운 가을을 기대할 수 없듯이 우리가 지금 후손들을 위한 파종, 그 것도 흔하지 않고 누구나 범접할 수 없는 그런 튼실하고 달콤하며 아름다운 열매를 맺는 과일의 씨앗을 뿌려야 한다. 그리하여 우리 후손들은 그 달콤하고 향기로우며 아름다운 과일을 따먹으며 조상들을 길이길이 추앙하고 자신들이 살고 있는 남도를 한없이 자랑스럽게 여기도록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우리가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지 너무나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너와 나의 개인 주머니 속 이익보다는 미래, 우리들 후손을 위해 공공의 복지를 생각하자. 여름 햇살이 쨍쨍할 때 빨래를 말려야지 장마철을 기다려 말리려 해선 곤란하지 않겠는가?
남도는 각 지역마다 특색이 넘친다. 구산선문의 첫 도량 장흥이 그러하고, 상감 기법을 활용한 다양한 문양의 비취빛 청자의 고향 강진이 그러하며, 거룩한 산업의 쌀을 쉼 없이 수확하고 있는 광양과 마한 문화의 중심지요 고려 왕국 건설의 중핵지 나주가 그러하다.
다른 시·군들의 경우도 열거하자면 이렇게 말할 것은 한 둘이 아니다. 그래서 문향이요 예향이며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남도라고 일컫는 것이다. 문제는 백년 아니 천년에 대한 계획이다.
지자체를 이끄는 분들이 자신의 주어진 임기 내에 무엇인가 가시적인 성과를 보임으로써 자신의 역량을 평가받으려 하기 때문에 지역 발전에 대한 장기적인 발전 전략 수립이 어려워진다. 내가 뿌려 내가 거두겠다는 생각도 좋지만, 더욱 좋은 것은 내가 뿌려 나의 후손들이 혜택과 복택을 받는 것이어야 한다는 큰 생각인 것이다.
찬바람이 일기 시작하면 곧 눈비 내릴 것이므로 의지할 곳 찾아야 하거늘 언제까지나 한들한들 온풍이 불어주리라는 꿈을 꾸는 자, 한 둘이 아니어서 마음이 아린다. 저 낙엽처럼 가벼운 마음으로 사심의 사슬을 끊어버리고 미래를 꿈꾸는 왕, 나는 우리 남도에 그런 왕국이 건립되어 눈물 아닌 행복한 왕들이 활보하는 시대를 꿈꾸어 본다. 나의 소망은 잔혹한 일제 치하에서 독립을 찾으려 애썼던 저 선열들에 비하면 너무나 소박한 것이리니, 나는 자랑스러운 남도의 왕이로소이다….
최한선<전남도립대학 교수·시인>
파인뉴스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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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년 3월 3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