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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운석 칼럼>떠오른 '중국' 부럽다
2011년 02월 02일 00시 00분 입력
칼은 기원전부터 사용해왔다. 하지만 이런 칼을 좋은데 쓰면 마음을 닦기도 하고 눈과 입을 즐겁게 하기도 한다. 아마 원시인들도 그랬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칼이 나쁜데 쓰일 때는 비극을 가져온다. 매울 신(辛)은 원래 끝이 뾰족한 칼을 본뜬 형태다. 문신(文身)을 새기거나 코를 자르는 등의 형벌을 내릴 때 쓰던 칼이라고 한다.
맵다는 뜻은 얼굴에 문신을 새기는 묵형(墨刑)과 같은 고통, 쓰라림 등에서 그 의미가 파생된 것으로 해석된다. 주(周)나라 때 묵형은 그래도 다섯가지 형(刑) 중 가장 가벼운 형이었다. 다섯가지 형이란 묵형 외에 코를 베는 의형(의刑), 발 뒤꿈치를 베는 월형(월刑), 성기를 거세하는 궁형(宮刑), 죽음을 내리는 사형(死刑)인 대벽(大벽) 등을 말한다.
신(辛)에 획을 하나 더 올리면 천양지차의 뜻을 가진 행(幸)이 된다. 행은 죄인의 목이나 손에 채우던 칼을 본뜬 글자다. 그래서 칼은 싸움에서 승리해 권력을 거머쥐게 된 자를 가리키며, 이로 인해 '행복'의 뜻이 파생됐다고 한다.
행(幸)에 다시 눈(目)을 옆으로 세워 올리면 '칼을 들고 감시하는 눈'이란 뜻이 돼 '엿보다'는 역(역)이 된다. '죄변(采)을 왼쪽에 세우면 석(釋)이 된다. '죄를 지었는가를 발자국 살피듯이 본다'에서 의미가 확장돼 '놓다' '풀다'의 뜻을 가지게 됐다. 석근관지(釋根灌枝)는 '뿌리는 내버려 두고 가지에만 물을 준다'는 뜻이다. 우(憂)는 머리(頁)와 마음(心), 천천히 걷다(欠)뜻을 결합한 글자다.
많은 생각이 머리에 가득 차 발걸음이 무거워질 정도이니 '근심'이 아닐 수 없다. 후진타오(胡錦濤·호금도) 중국 국가주석이 석(釋)과 우(憂) 두 글자를 들고 미국 방문에 나섰다. 그의 방미가 한 중국 언론에 의해 '석우지려(釋憂之旅)'라고 명명된 것이다.
세계 수퍼 파워로서의 미국의 위상을 인정하고 중국은 도전할 의사가 없음을 알리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미국은 덩치커진 중국을 깍듯이 대접하였다. 장제스(將介石·장개석)가 공산당 토벌에 나서며 "하늘엔 두개의 태양이 있을 수 없다"고 했다.
이 말을 전해들은 마오쩌둥(毛澤東·모택동)은 "하늘에 태양이 두개면 어떠냐. 그중 하나를 백성들이 선택하게 하면 되지 않느냐"고 맞 받아쳤다. 말은 그럴싸하다. 맞는 말 같기도 하다.
하지만 백성에게 있어 선택권이 있어야 한다. 북에선 백성을 억압할 뿐 선택권을 주기는커녕 자나깨나 감시다. 하여 남·북간 통일은 꿈이라 치더라도 '대화가면' 뒤엔 언제나 도발이 있었다. 한데 미국과 중국이 의견일치를 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이렇다보니 세계에 미·중 두개의 태양이 뜨는 시대가 열리고 있는 모습이다. 우리가 선택을 강요받을 그럴 시간이 점차 다가오는 게 아닐지 모른다. 중국은 개방이후 급격한 성장으로 경제발전을 이뤄내 독일과 일본을 제치고 경제대국 세계 2위가 됐다.
그 힘을 바탕으로 후진타오 중국 국가 주석이 국민자격으로 지난 18일부터 3박4일동안 미국을 방문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두차례 정상회담을 했다. 중국이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며 세계 2위 경제대국이 된 이후 처음으로 나선 미국 방문이었다. 위안화 환율과 미·중 무역 불균형에 인권문제 그리고 대만 무기판매, 남북한 문제, 미·중 군사협력 등 각종 현안을 논의했다.
그런데 후 주석의 방문을 하루 앞두고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국제 시사 자매지 환구시보는 '중국이 세계 1위가 된다면'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냈다. '중국 1위'를 주제로 전문가 4명의 의견을 실은 것이다. 후 주석의 미국방문에 힘을 실어주려는 의도인 듯 그동안 세계 2위가 아니라고 부정해 온 중국 최고지도자들의 태도와는 대조가 되었다. 이제는 미국과 뿔을 대보아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고 슬쩍 속내를 드러내 보인 것이다.
후각지세인 중국과 미국. 그 축이 어디로 기울지 세계가 지금 두 나라를 지켜보고 있다. 그런데 지금도 우리는 같은 민족끼리 총칼을 겨누며 두개의 태양아래 떨고있는 모습이다. 국내 정치판은 여·야의 독설로 아이들 보기가 부끄럽고….
고운석<시인. 무진주문화마당 회장>
파인뉴스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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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년 3월 3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