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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24일, 서울 강동구 명일동 대명초등학교 인근 교차로에서 발생한 싱크홀(땅꺼짐)사고로 오토바이 운전자가 목숨을 잃었다. 도심 한복판에서 일어난 이 사고는 단순한 지반침하가 아니라, 도시 기반의 허약함과 우리 사회의 지하 안전 관리체계에 경고를 보낸 사건이었다.

국토교통부와 국토안전관리원 자료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3년까지 전국에서 879건의 싱크홀이 발생했다. 경기도가 188건으로 가장 많고 광주 110건, 부산 74건, 서울과 전북이 각 70건으로 뒤를 이었다. 싱크홀은 도시에서 집중적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드러난 위험’의 분포일 뿐, 장비나 관리체계의 차이에 따라 사고 발생 건수에서 통계적 왜곡이 있을 수 있다. 전남이 통계상 뒤에 있다고 해서 ‘덜 위험한 지역’이라고 말하긴 어려운 이유다.

싱크홀의 원인은 노후된 하수관 손상이 가장 많다. 최근 5년간 싱크홀 사고의 45.1%가 하수관 손상에서 비롯됐다. 하수관의 균열로 누수가 발생하고, 이로인해 주변 토사가 서서히 유실되면서 지반이 약화되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지하 공사의 부실시공, 집중호우로 인한 토사 유실, 지하수 흐름 변화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 작용했다.

전남도 역시 싱크홀에서 자유롭지 않다. 여수시는 2023년 하수관로 정밀 조사를 통해 복수의 위험 구간을 발견하고, 일부 구간에 대해 긴급 복구를 했다. 전국 지자체 중 서울특별시(7대)와 부산광역시(1대)만 지하탐지 장비인 GPR(지표투과레이더)을 보유하고 있다. 전남은 장비도 없고, 전문인력도 부족하다.

싱크홀은 평소 아무렇지 않아 보이는 도로 아래에서 형성된다. 단 한 번의 사고로 인명과 재산을 송두리째 앗아갈 수 있는 위협이기에 반드시 극복해야 한다. 더욱이 전남은 강수량이 많은 데다 해안선이 복잡한 저지대 지형이 많아 지하수 변동에 취약하다. 최근 이상기후로 인한 집중호우가 빈번해지면서 지하의 안전 위협은 커지고, 도시화가 확대되면서 하수도·전력·통신 등 다양한 인프라가 지하로 중첩되며 리스크는 갈수록 증대되고 있다.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싱크홀 사고를 감지하고 예방하는 데 있어 사물인터넷(IoT) 기반의 모니터링 장비와 인공지능(AI) 기술이 효과적이라고 한다. 실제 일부 지자체에서는 하수관로 내부에 센서를 설치해 미세한 누수를 감지하고 이를 통해 사고를 예방하고 있다. 전남도 첨단기술 도입과 적용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싱크홀은 예방 관리가 핵심이다. 전남은 노후 관로 전수조사를 통해 위험지역을 사전에 파악하고, 정기 점검 체계와 예산지원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지자체 간 장비와 전문인력을 공유하는 협력 시스템도 구축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통합 지하 안전관리 플랫폼 구축을 통해 위험 정보와 데이터를 실시간 공유할 수 있는 기반도 마련해야 한다.

싱크홀은 예고 없이 찾아오지만, 결코 예측 불가능한 재난이 아니다. 지금 우리가 아무렇지 않게 걷고 있는 땅 밑에선 소리 없는 균열이 서서히 커지고 있을지도 모른다. ‘보이지 않는 위험’에 귀 기울이고 선제 대응하는 것, 그것이 진정한 안전의 시작이다.

전서현 전라남도의원 /비례